‘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다’의 표본을 부산 KCC가 제대로 보여줬다.
KCC는 지난 5일 수원 kt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88-70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챔피언 반지를 차지했다.
사실 KCC는 올 시즌 ‘슈퍼팀’으로 불리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2023 컵대회에선 단 한번의 패배도 없이 4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기에 KCC를 향한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더 컸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처럼 KCC는 시즌 초반부터 힘을 쓰지 못해 중위권에 머물렀고, 특히 원정에서 시즌 승률 37%(27경기 중 10승)를 기록할 정도로 부산 밖을 나가면 경기력이 부진했다.
최준용과 송교창의 부상, 시즌 초 라건아의 부진, 알리제 존슨의 패턴이 읽히면서 컵대회때부터 강조했던 ‘달리는 농구’가 통하지 않게 되자 수비 위주 농구로 전환하게 된 것. 비시즌 동안 KCC가 준비했던 전술이 아니었기에 KCC의 수비 농구가 통할 수 없었다.
우승 후보의 명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던 KCC는 ‘슈퍼팀’에서 ‘동네슈퍼팀’으로 전락하게 됐고, 결국 정규리그 5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성적은 아쉬웠다.
그러나 리그 막바지에 KCC가 컵대회때 선보였던 공격 위주 농구를 선보이면서 기세를 높였고,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KCC는 플레이오프에서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KCC는 팬들의 열렬한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4위 서울 SK를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3전 전승하며 빠르게 4강에 진출했고, 4강에서는 정규리그 1위 원주 DB를 만나 KBL 역사상 처음으로 5위 팀이 1위 팀을 넘어서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게 됐다.
KCC의 기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3위팀 KT와 만난 KCC는 첫 경기부터 승리를 거두며 호시작을 알렸고, 결국 KBL 사상 최초 정규리그 5위 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아울러 KCC는 이날 승리로 통산 6회이자 201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뒀다.
올 시즌 시작과 끝 모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이 KCC였다. 시즌 시작 전부터 우승후보로 각광을 받았던 KCC는 시즌 막바지에 ‘슈퍼팀’으로 거듭나며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