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4 V-리그가 3분의 2 지점을 지나며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남자부의 순위싸움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위 우리카드와 4위 OK금융그룹의 승점 차가 단 5점 차에 불과할 정도로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순위싸움이 극에 치닫고 있는 가운데, V-리그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 19일 열린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했다. 시즌이 후반부에 접어든 만큼, 팀마다 길게는 13일, 짧게는 11일 동안의 재정비 시간을 가진 뒤에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다.
1. 흔들리는 선두 우리카드...무라드 날개 단 대한항공
창단 첫 우승을 향해 달리던 우리카드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우리카드는 최근 5연패에 빠지며 위태롭게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공격력과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마테이도 체력 저하로 인해 시즌 초반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우리카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1일간의 휴식에 돌입한 우리카드, 재정비를 마치고 창단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대한항공은 용병 링컨의 이탈과 국내 공격진의 부진이 겹치며 선두 경쟁에서 밀리는 듯했지만, 새 날개 무라드의 활약에 힘입어 다시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새 외인 선수 무라드는 4라운드 오픈 공격 1위(성공률 60.66%), 공격 2위(성공률 61.27%)에 오르며 V-리그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이다. '무라드 날개'를 단 대한항공이 사상 첫 4연속 통합우승을 노린다.
2. 암초 만난 삼성화재...반등 성공한 OK금융그룹
5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삼성화재에 악재가 겹쳤다. 주전 세터 노재욱과 미들블로커 김준우가 각각 무릎 부상과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노재욱의 빈자리가 크지만, 신인 세터 이재현이 앞선 우리카드전에서 나쁘지 않은 경기력으로 팀의 승리를 이끈 덕에 세터에 대한 고민은 덜었다.
문제는 미들블로커진이다. 올 시즌 삼성화재가 높이에서 큰 약점을 보인 만큼, 블로킹 2위(세트당 0.64)에 올라가 있는 김준우의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쌍포 요스바니-김정호의 체력 부진으로 인한 공격력 저하까지 심화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삼성화재의 봄배구 진출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OK금융그룹은 4라운드 전승을 달성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반등의 중심에는 레오가 있었다. 레오는 4라운드 득점(201득점), 공격(성공률 62.02%), 서브(세트당 0.65) 부문 1위에 오르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자랑했다. 4라운드 6경기에서 블로킹(세트당 2.61) 및 범실(98범실) 부문 1위에 오른 것도 고무적이다.
3. 봄배구 진출 도전하는 중하위권 두 팀
한국전력도 봄배구 진출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근 타이스-임성진-서재덕으로 이루어진 삼각편대가 고루 활약하고 있고, 미들블로커 신영석도 블로킹(세트당 0.66) 및 속공(성공률 65.93%) 부문 1위를 달리며 중앙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타이스-임성진 두 쌍포의 기복. 이들의 기복을 최소화한다면 한국전력의 봄배구 진출도 무리는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 최악의 부진에 빠지며 부침을 겪기도 했었다. 침체된 분위기는 진순기 감독대행 선임 후 급변했다. 현대캐피탈은 진순기 감독대행 체제 아래 5연승 신바람을 내며 환골탈태했다. 최근 연패에 빠지며 잠시 주춤한 상황이지만, 세터 김명관의 향상된 경기 조율 능력을 바탕으로 삼각편대와 중앙 공격이 살아나면서 시즌 초반 보다 훨씬 위협적인 팀으로 변모했다.
4. 순위 경쟁에서 멀어진 최하위 K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6위 현대캐피탈과의 승점 차가 15점 차까지 벌어지면서 사실상 봄배구 진출이 좌절됐다. 플레이오프 무대는 멀어졌지만, 잔여 정규리그 경기에서 '고춧가루 부대'로 활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대한항공을 상대로 시즌 전적 2승 2패를 기록한 만큼, 선두 경쟁의 복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