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와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LET)가 공동 주최하는 남녀 혼성 대회 스칸디나비안 믹스드에서 충격적인 이변이 벌어졌다. 톱10 밖에 머무르던 여성 선수 린 그랜트(스웨덴)가 압도적인 우승이 확실시되던 남성 선수 세바스티안 쇠데르베리(스웨덴)를 꺾고 정상에 섰다.
한국시간 지난 9일 자정 스웨덴 헬싱보리 바사토르프 골프클럽(파72)에서 마무리된 이번 대회 마지막 라운드 결과는 많은 골프팬들의 눈을 의심하게 했다. 대회가 마무리된 직후 유럽 매체들은 “충격의 결과”라는 타이틀을 쏟아냈다. 당초 이날 쇠데르베리의 우승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수준이었다.
쇠데르베리는 앞선 사흘 내내 선두를 지킨 데 이어 2위 칼럼 힐(스코틀랜드)과 8타 차로 거리를 벌린 상황이었다. 11위에 머무르던 그랜트와는 무려 11타 차였다. 쇠데르베리가 기권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이 정도 타수 차를 마지막 18홀에서 극복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팬들은 쇠데르베리의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점쳤다.
쇠데르베리는 3번 홀까지 파-파-버디를 적어내며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파3 4번 홀부터 2홀 연속 보기를 내며 흐름이 불안정해졌다. 그는 전반에서만 총 1오버파를 만든 데 이어 후반 들어선 버디 없이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내며 이날 하루에만 총 5타를 늘렸다.
쇠데르베리에 앞서 티오프한 그랜트는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몰아치며 톱10 내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쇠데르베리의 플레이오프 기회마저 앗아간 건 마지막 퍼트였다. 15인치 앞 퍼트가 엇나가며 그랜트의 우승이 확정됐다.
그랜트는 이날 최종 합계 17언더파를 만들었고, 전날 21언더파로 출발한 쇠데르베리는 막판 타수를 대거 늘린 탓에 최종 합계 16언더파를 적어내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날 2위였던 칼럼은 마지막 날 버디 5개와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쇠데베리와 동률로 대회를 마쳤다.
그랜트는 우승 직후 “솔직히 세바스티안이 너무 안 됐다”며 “뭐라 말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그가 느끼고 있을 기분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동료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내 고향인 이곳에서 다시 한 번 우승자로 서 있는 게 매우 놀랍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그랜트는 이번 대회에서만 2승을 거두는가 하면 스칸디나비안 믹스드의 유일한 여성 챔피언 자리를 한층 더 다졌다. 그는 지난 2022년 이 대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우승자 자리에 오른 바 있다. 더불어 LET 통산 6승을 달성했다. 그랜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타이틀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