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외야수라고 불리는 ‘더 캐치’ 윌리 메이슨이 세상을 떠났다.
현지 시간 19일 메이스는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의 요양원에서 심장 마비로 숨졌다. 그의 선수 생활 대부분을 보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메이스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알렸다.
아들인 마이클 메이스는 구단을 통해 “지난 몇 년 동안 아버지에게 보내준 사랑에 감사드린다. 여러분은 그에게 생명의 피 같은 존재였다”고 전했다. MLB 사무국은 “야구 역사상 최고의 전천후 선수였던 윌리 메이스의 별세 소식에 비통한 마음”이라고 추모 성명을 냈다.
메이스는 1948년 니그로 리그의 버밍햄 블랙 배런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1950년 샌프란시스코의 전신인 뉴욕 자이언츠와 계약한 뒤 이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973년까지 뛰었다. 한국전쟁 당시 군 복무를 하느라 뛰지 못했던 1952년 초부터 1953년을 제외하고 자이언츠에서 21시즌, 뉴욕 메츠에서 마지막 2시즌을 보냈다.
메이스는 2992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302, 3283안타, 660홈런, 338도루를 남겼다. MLB 통산 타율 3할 이상, 3000안타 이상, 500홈런 이상, 300도루 이상을 모두 기록한 타자는 메이스뿐이다. 내셔널리그에서 신인왕(1951년), MVP(최우수선수) 2회(1954·1965년), 골드 글러브 12회, 정규리그 홈런·도루 1위를 4회씩 기록한 전설적인 선수다. 샌프란시스코의 한국 선수 이정후가 입단 기자회견을 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선수로 가장 먼저 메이스를 꼽은 바 있다.
그의 별명인 ‘더 캐치’(The Catch)는 1954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와 벌인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중견수로 출전했던 메이스가 2-2로 맞서던 8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상대 빅 워츠가 친 타구를 쫓아 담장 쪽으로 수십 미터를 달려간 뒤 공을 등진 상태에서 잡아내면서 만들어졌다. 메이스의 호수비로 샌프란시스코는 연장 승부 끝에 경기를 5-2로 승리했다.
그의 사망 이틀 뒤인 21일 앨라배마주 버밍햄의 릭우드 필드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2024 정규시즌 경기가 열렸다. 릭우드 필드는 개장 연도가 1910년으로 MLB에서 가장 오래된 펜웨이 파크, 리글리 필드보다도 오래된 구장이지만, MLB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이 아닌 흑인 전용 리그 경기장이었다. 재키 로빈슨이 인종의 벽을 깨기 전까지 흑인 선수들은 니그로 리그에서만 뛸 수 있었다.
윌리 메이스도 버밍햄 배런스 시절 이 경기장을 누볐다. 다만 메이스는 건강상의 이유로 참가할 수 없다고 알렸고, 하루 뒤 숨을 거뒀다. 미국 야구 역사에 크게 이바지한 흑인 선수들을 기리는 이번 경기에서는 대기심을 포함해 MLB 역사상 최초로 심판 5명이 전원 흑인으로 구성됐다. 현재 활동 중인 흑인 심판은 5명뿐인데, 이들 모두 릭우드 필드에 집결했다. 이들은 빅리그 최초의 흑인 심판 에밋 애시퍼드를 기념하는 패치를 착용하고 이번 헌정 경기를 주관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5회 결승 타점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을 올린 브렌단 도노반의 활약에 힘입어 세인트루이스가 6-5 승리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