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 남자프로농구(KBL)에서 국내 선수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다.
수원 KT 패리스 배스가 지난 8일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3라운드 MVP(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이로써 1라운드 디드릭 로슨(DB), 2라운드 아셈 마레이(LG)에 이어 배스가 라운드 MVP에 선정되며 3연속 외국 선수가 라운드 MVP에 올랐다. 이는 KBL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KBL은 용병 놀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프로농구는 외국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외국 선수 활약도에 따라 팀 성적이 달라지기 때문. 올 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원주 DB가 대표적인 예시가 된다.
DB는 올 시즌 상반기 단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DB는 7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해 플레이오프에 진출조차 실패했던 팀이었기에 올 시즌 DB의 질주는 ‘돌풍’과 같다.
이번 시즌 국내 선수 구성은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 선수만 교체됐을 뿐이다. 외국 선수 교체로 DB는 순식간에 우승을 넘보는 팀이 됐으며 지난 시즌 고양 캐롯(현 소노)에서 맹활약했던 디드릭 로슨이 바로 DB 대반등의 주역이다.
로슨은 강상재-김종규와 막강한 트리플 포스트를 구축하며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했다. 그 결과 올 시즌 평균 22.3점(3위), 10.2리바운드(7위), 4.8어시스트(5위)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KBL 경력자로 검증된 외국 선수 제프 위디까지 가세해 DB를 독보적 1위로 만들었다.
DB뿐만 아니라 13일 기준 상위권 팀인 서울 SK(2위), 수원 KT(3위), 창원 LG(4위)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 최다 12연승을 기록한 SK는 자밀 워니를 앞세워 2위로 우뚝 섰다. SK는 지난 시즌 팀의 핵심이었던 김선형과 더불어 국내 선수들이 대체로 부진하다 보니 워니의 득점력에 의존하고 있다.
워니는 경기당 26점(1위) 11.6리바운드(2위) 1.2블록슛(2위)으로 맹활약 중이다. 지난 7일 안양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28득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자신의 KBL 데뷔 첫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는 등 ‘KBL 최고 외인’ 타이틀을 더 확고히 하고 있다.
KT는 배스, LG는 마레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LG는 마레이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2라운드 2위로 마감했던 팀이 순식간에 4위로 추락했다. 마레이는 지난달 말에 복귀했지만,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해 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국내 선수들의 활약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올 시즌 국내 선수 중 눈에 띄는 기록을 남긴 선수는 ‘한국 농구의 미래’로 손꼽히는 이정현(소노)과 하윤기(KT)로 유이하다.
이정현은 유일하게 국내 선수 중에서 평균 20점 이상(20.3점)의 고득점을 달리고 있으며 어시스트도 5.9개(2위)개로 높다. 하윤기는 국내 선수 득점 2위(16.3점), 리바운드 1위(5.9개/전체 12위)에 올라있다. 하윤기는 1라운드 배스와 함께 KT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라운드 MVP 후보로 언급됐지만, 아쉽게도 외국 선수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다.
이 밖에 KBL 대표스타 허훈(KT), 허웅, 최준용(이상 KCC)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DB의 선두를 이끄는 강상재, 김종규는 준수한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팀 내 해결사 역할로 자리잡기에는 기록이 아쉽다.
시즌 초반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김선형, 오세근(이상 SK)은 ‘에이징 커브’가 언급되는 중이며 '큰정현'으로 불리는 삼성의 베테랑 이정현 역시 제역할을 못하는 중이다. 지난 시즌 3점포 위력을 보여준 전성현(소노)도 부상으로 부진했다.
예상 밖 흥행몰이 중인 KBL, 그러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는 국내 선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흥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선수의 활약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문제를 타파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들이 앞으로 어떤 해결법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