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354일 만의 경질이자 한국 축구의 '잃어버린 1년'이다.
16일 오후 2시, 아시안컵 종료 후 한동안 두문불출했던 정몽규 회장이 드디어 취재진 앞에 나섰고 직접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사유를 설명하며 아시안컵 전후로 발생한 많은 이슈들에 대해 사과했다.
우선, 그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 사유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용,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라며 "여러 논의와 의견을 종합한 결과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하였고, 앞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짧게 줄여서 말하자면, 감독으로서의 경기를 운영하는 역량, 선수들을 관리하는 능력, 그리고 태도까지 세가지 면이 모두 부족했고, 그것이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이었으며 이는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점들과도 일맥상통하며 일부는 그의 부임 이전부터 우려시 되던 부분들이기도 했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역량' 의 부재는 그의 부임 전부터 가장 크게 우려사항으로 지적되던 부분이었지만, 실제로 그것보다 더 그의 재임기간 중에 큰 이슈가 됐던 것은 '재택근무' 논란 등으로 불거졌던 그의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과연 이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대표팀에 대한 책임감이나 열정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축구팬들의 의문부호가 계속 이어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의문부호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 바로 그가 아시안컵 종료 후 한국에 귀국해서 공항 인터뷰를 가진지 2일 만에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었다. 한국에 입국해서 대회를 분석하겠다던 그가 제대로 된 분석 절차도 없이, 대표팀 이사진들과 미팅 자리 한 번 갖지 않고 다시 해외로 출국했다는 점은 아시안컵 결과로 상처 받은 한국 축구팬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도 공감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KFA가 클린스만 감독에게 '개선을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평가한 것 역시, 그의 태도 그 자체가 문제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클린스만 감독은 만 1년을 이렇게 떠났으나 한국 축구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보다 더 윗단계의 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이 사실상 사임 의사가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고, 아시안컵 이후 불거진 대표팀 핵심 선수들의 이슈도 전혀 해결된 바가 없다.
대표팀 다음 감독이 선임되고 지휘체계가 개선되고 선수단의 화합까지 '원팀'이 이뤄질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 대한민국 대표팀. 그것이 바로 클린스만 감독 선임으로 인해 대한민국 축구가 '잃어버린 1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