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판정한 스트라이크가 볼로 둔갑하는 '역대급 오심'이 나왔다. 

논란이 된 오심은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맞대결에서 나왔다.

3회 말, NC가 1-0으로 리드를 잡은 2사 1루 상황에서 NC의 선발 투수 이재학이 삼성의 타자 이재현을 상대했다. 볼카운트 0-1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이재학은 2구째도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었다. 하지만 이 공이 볼로 선언, 볼카운트는 1-1이 됐다.

오심은 이재학이 3구를 더 던진 후에야 수면 위로 드러났다. NC 측은 3-2 풀카운트가 채워진 상황에서 이재학이 앞서 던진 2구가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였음을 확인했고, NC 강인권 감독이 이를 심판에 항의했다. 

만약 2구가 스트라이크로 인정된다면 이재현은 삼진으로 아웃, 삼성의 공격이 종료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심판진은 볼 판정에 대한 오심을 인정하면서도, 4심 합의 끝에 '어필 시효'가 지나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이후 호투를 이어가던 이재학이 6실점을 내주는 등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흐름을 넘겨준 NC는 삼성에 5-12로 대패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이재학은 심판진의 오심 인정 이후 급격히 흔들리며 6실점을 기록, 이날 경기의 패전 투수가 됐다.Chung Sung-Jun

NC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KBO는 올 시즌 ABS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각 구단에 ABS 판정 확인용으로 태블릿 PC를 지급했다. 문제는 이 태블릿 PC로는 실시간으로 ABS 판정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 통신상의 이유로 시간차를 두고 ABS 판정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NC 측에서는 즉각적인 항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심판진의 '오심 은폐 정황'까지 중계 화면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오심 논란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4심이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라며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이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아들어요?"라고 말을 맞추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오심 책임 회피를 위해 '작당 모의'를 꾸몄던 3명의 심판위원은 중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KBO는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하고 14일(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NC-삼성 경기의 심판 팀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해 금일 부로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며 "해당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KBO는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도 내놓았다.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양 팀 덕 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해 즉각적으로 ABS 판정 확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기로 했다.